[세계로 뻗는 K-도로②]
지난달 16일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이자 옛 수도인 알마티에선 순환도로 개통식이 열렸다. 알마티 외곽을 감싸고 도는 왕복 4~6차로에 총 길이 66㎞인 이 도로는 시내의 극심한 차량정체를 덜기 위해 건설됐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수도권순환고속도로와 유사하다.
2018년 착공해 4년여간 1조원 가까이 투입된 알마티 순환도로는 카자흐스탄은 물론 주변 국가 사이에선 최초로 추진된 민관협력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즉 민자사업이다. 정부 지원과 함께 민간이 돈을 조달해 건설하고 일정 기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도공 해외사업처의 송효인 차장은 “고속도로 등 다양한 인프라 건설이 필요하지만, 재정이 부족한 우즈베키스탄 등 인근 국가들이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알마티 순환도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한 방식의 사업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난 순환도로의 운영·관리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주축이 된 용역회사가 맡았다. 계약 기간은 2038년까지 16년간으로 용역비는 1800억원에 달한다.
K-도로의 기술과 노하우가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4일 도공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해외사업팀을 신설한 이후 같은 해 공적원조사업(ODA)으로 발주된 '인도네시아 마나도 우회도로 타당성 조사 및 설계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1개국에서 200건의 크고 작은 사업을 따냈다.
이 가운데 알마티 순환도로를 비롯해 방글라데시의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의 운영·관리(O&M, Operation & Maintenance), 네팔의 카트만두~테라이 도로 설계 및 시공감리, 모리셔스 교통혼잡 완화사업 컨설팅 등 13개국·21개 사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도공은 특히 2018년부터 투자개발사업 및 운영·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의 해외사업이 대부분 시공감리와 기술자문 등 컨설팅 분야에 한정돼 사업 규모 확대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알마티 순환도로는 이러한 투자개발사업의 첫 성과물이기도 하다. 도공은 사업수주 단계에서부터 SK에코플랜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튀르키예 건설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도공 관계자는 “알마티 순환도로 사업은 건설뿐 아니라 운영·관리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SK측에서 관련 노하우를 가진 우리 공사에 참여를 요청했다”며 “컨소시엄 지분(0.1%)은 아주 적지만 운영·관리회사에는 가장 많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마티 순환도로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일정 기간 운영하면서 이용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카자흐스탄 정부가 확정수입을 지급하기 때문에 통행량 등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운영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공은 KIND,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과 손잡고 방글라데시의 메그나대교 사업 수주에도 나서고 있다. 길이 7.5㎞의 메그나대교 사업에는 모두 1조 2500억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냐가 추진하는 뉴 리알리대교도 수주 대상이다.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는 해외 운영·관리사업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5년간 각각 1000억원씩의 용역비를 받는 데다 우리나라 하이패스와 교통모니터시스템 등을 현지에 전파하기 때문이다.
도공은 이외에도 국내업체와 팀을 이뤄 인도, 미국, 콜롬비아에서 운영 중인 유료도로의 지분인수를 통한 운영·관리사업 확대도 검토 중이다. 또 빠르고 안전한 이동을 위해 전자, 정보, 통신 기술을 교통에 접목한 '지능형교통체계(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의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함진규 도공 사장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도로 사업 수주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상생·동반 성장을 모색 중”이라며 “향후 10년 내에 1000㎞ 이상의 해외도로 운영관리와 연매출 1500억원 달성을 통해 해외도로 관리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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