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원,광업,환경,산림

“흑연은 생각도 못했다” IRA 최종 퍼즐, 셈법 복잡한 K배터리

728x90

- 흑연, 탈중국 나선 배터리 기업들
- 흑연 공급망 위기, K배터리 3사 확보전
- 인조흑연 포스코퓨처엠 vs 폐배터리 추출 율호

 

배터리업계가 흑연 대체 수급처를 찾지 못해 공급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 산업 성장에 따라 최근 1~2년 사이에 흑연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의 활물질(전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활성 물질)로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속도와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흑연은 다른 광물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소외돼왔지만, 배터리 제조시 가장 많이 들어가는 광물이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에서 흑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다. 

 

흑연 최대 생산지인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은 흑연 채굴 시장의 64%를, 구형 흑연 제련 시장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모잠비크와 같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흑연이 채굴되거나 제조되는 경우에도 제련 작업은 대부분 중국으로 보내진다. 중국 업체가 글로벌 흑연 광산 45개 중 30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흑연 제련소는 중국자본이 90%에 이른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국 흑연 의존도는 91%로 나타났다. 미국 또한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73.3%에 달했다. 

 

배터리 제조용 흑연 분말.   사진=뉴스웨이브

 

 

배터리 정보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작년에는 세계 흑연 공급이 수요를 약 2만t(톤) 웃돌았지만, 내년에는 수요가 공급을 약 2만t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흑연 2만t은 약 25만대의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펄스 기업부설연소인 펄스리서치센터는 “향후 10년간 흑연 수요는 연평균 10.5% 증가하지만, 공급은 연 5.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흑연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올해부터 배터리 광물의 40%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2차전지, 완성차업계 등 글로벌 기업마다 흑연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사용량이 급증하자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서둘러 흑연을 확보하자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호주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 노보닉스와 인조흑연 공동개발협약(JDA) 및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당장은 중국 업체 이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SK온, 삼성SDI도 해외 광산업체와 자원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고 있지만 흑연 사정은 비슷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 이외의 지역의 공급망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자국 생산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선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게 천연 및 인조흑연 공장을 갖추고 있다. 음극재는 크게 탄소, 비탄소 음극재로 나뉘는데, 탄소 음극재는 다시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으로 구분된다. 

 

화학업계는 국제 흑연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희귀금속 추출 및 재활용이 원료 확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폐배터리 전처리 선행기술을 보유한 율호는 자원의 원조각인 블랙매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환경오염 리스크를 제거한 고수율을 무기로 경기도 화성에 연산 8000t 규모의 폐배터리 재생 상공정(전처리) 1단계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상공정’은 전기차에서 폐배터리를 회수·분쇄해 열처리를 거쳐 이를 중간원료로 만드는 과정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는 성일하이텍도 상공정 업계 강자로 거론된다.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이 글로벌 원료 공급망 위기에 대한 대응 카드로 신소재 개발, 폐배터리 활용, 수급처 다변화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핵심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이 필수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K배터리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출처, 뉴스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