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이야기] 민자휴게소의 위기① 민자휴게소의 현실
'K휴게소' 기자는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자입니다. 20여 년에 걸쳐 휴게소의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였으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휴게소,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휴게소를 꿈꾸며 이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기자말>
한국도로공사(도공)가 발주한 각종 민간투자(민자) 유치사업이 줄줄이 좌초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한복판에 위치한 목감휴게소도 시행사의 사업권 포기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도공 민자휴게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총 3편으로 나누어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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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감휴게소는 확장 및 신축공사를 위해 2021년 7월 31일부로 폐쇄되었다. |
ⓒ K-휴게소 |
목감휴게소가 사라졌습니다. 주요 포털에서 목감휴게소를 검색하면 생뚱맞게 부근에 있는 시흥하늘휴게소를 안내합니다. 포털 지도에도 목감휴게소는 더 이상 표시되지 않습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목감휴게소는 서해안고속도로의 마지막 휴게소로 그동안 간이휴게소 형태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용객이 많아 휴게소 확장 및 신축공사를 위해 2021년 7월 31일부로 임시 폐쇄되었는데요. 도공은 2022년 8월 말, 휴게소 부지 확장공사를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민자사업자가 휴게소 신축공사를 추진해야 하는데, 돌연 사업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작년 4월, 5년에 걸쳐 167억 원의 적자를 낸 내린천휴게소가 운영권을 자진 반납한 데 이어 두번째입니다. 물론 내린천휴게소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OT)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제안 입찰 방식으로 90억 원의 민간 투자가 들어간 사업이라 성격은 비슷합니다. (관련 기사 :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 '내린천 휴게소의 비극',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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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감휴게소 확장계획 한국도로공사는 목감휴게소의 이용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부지 확장 및 민자사업을 추진하였다. |
ⓒ K-휴게소 |
목감휴게소 개발사업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도공은 수도권에 목감휴게소를 민간자본으로 개발하기 위해 공모사업을 추진했고, 그 결과 SK에너지가 낙찰됩니다. 하지만 개발 인허가와 토지수용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출자자 변경을 통해 두 번이나 사업 주체가 바뀌더니 결국 사업권 반납까지 이르렀습니다.
도공은 이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2022년 9월, 사업 타당성에 관해 외부 용역을 맡깁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규모를 줄이고 휴게소 기능에 충실한 휴게소로 하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사실상 "대규모 투자사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으로 들립니다. 결국 2년째 목감휴게소는 사라진 채 빈 부지만 남아 있습니다. 평소 연중무휴 24시간 서비스를 강조하며 코로나19 기간에도 휴업을 금지했던 도공은 왜 이러고 있는 걸까요?
민간기업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인허가부터 설계, 공사, 감리, 운영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업무를 대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다가 이런 BOT 사업은 이용권만 있을 뿐 소유권이 없습니다. 즉 민자휴게소의 경우, 25년 정도 운영한 후 도공에 무상으로 기부채납해야 합니다.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 매출 ▲ 법정금리보다 나은 이익 ▲ 고객 접점을 통한 자사 브랜드 홍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민간기업이 갑자기 휴게소에 흥미를 잃게 됐는지, 힘들게 낙찰받은 사업권마저 왜 포기하는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매출이 늘지 않는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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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7년간 연도별 휴게소 매출액 현황과 코로나 19 발생 이후 2019년 대비 증감율 고속도로 휴게소는 코로나19 기간 매출이 급감하였다. |
ⓒ 고정미 |
고속도로 휴게소는 요금소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어 경쟁자 진입이 어려운 독점시장 성격을 띱니다. 게다가 고속도로 통행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므로 안정적 매출 또한 기대되었죠.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무너졌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법정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은 휴게소 매출은 2년 연속 급감합니다.
코로나 방역이 해제된 2023년, 휴게소 연 매출은 2019년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총매출이 그렇다는 것이지 개별 휴게소 매출은 다릅니다. 늘어만 가는 고속도로와 새로 지어지는 휴게소들로 인해 어느덧 고속도로 휴게소는 240여 곳을 넘어 머지않아 300개소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 휴게소의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미래교통이 어떤 식으로 변화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친 투자는 리스크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거기에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는 덤입니다.
한편 코로나 기간 적자로 허덕이던 민자휴게소에 도공이 취했던 방관과 냉대는 도공 민자사업에 대한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방역은 정부 방침보다 강화하면서 '착한 임대료 운동'과 같은 고통 분담은 철저히 외면한 도공의 이중적 모습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아니라 악덕 임대인의 얼굴이었습니다.
도공은 민자개발사업을 유치하면서 휴게소 적정이익을 소매업(6.18%), 음식점업(5.32%)으로 정합니다. 이는 법정금리보다는 높지만 실제 민자휴게소의 운영실적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휴게소는 적자였고 이 실적은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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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민자휴게소 운영사의 자본변동표(2022년말 기준) 대부분의 민자휴게소는 이미 투자자본 전부가 손실되었거나 향후 3년내 완전자본 잠식에 빠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
ⓒ K-휴게소 |
2022년 기준, 주요 민자휴게소 운영사(SPC법인)의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회사가 심각한 적자 누적 상태입니다. 일부 회사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고, 다른 회사들도 앞으로 획기적인 손익 개선이 없다면 1~3년 내 완전 자본잠식이 예상되었습니다. '자본잠식'이란 투자한 돈을 모두 잃고 나아가 현금흐름이 끊겨 휴게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민자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수많은 인력을 쏟아부은 결과가 '성장'과 '이익'이 아니라 '적자'와 '폐업 위기'인 것입니다. 민자휴게소에서 적자가 급증한 이유는 운영사의 방만한 경영 탓이 아닙니다. 재무제표를 분석해 보면 공통적으로 ▲ 도로공사의 높은 임대료 ▲ 과다한 시설투자로 인한 금융비용 ▲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비의 급격한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앞으로 민자사업은 더욱 힘들 것이고 이전보다 두 배가 넘는 투자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과거 100억 원에 지었던 건물을 이제 200억 원, 앞으로는 300억 원에 지어야 합니다. 인건비, 공과금과 같은 관리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많은 투자비를 한정된 사업 기간 내 회수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민자휴게소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영업이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자 유치에 가장 큰 리스크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절대 입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민자휴게소에 매장 유치를 위해 뛰어다녔을 때 브랜드사 임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입니다. 한 술 더 떠, 백화점 관계자의 말도 전해 들었습니다.
"휴게소에 입점한 브랜드는 앞으로 백화점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중이용시설입니다. 1일 교통량은 460만 대에 달하며, 1일 이용객 또한 180만 명이나 됩니다. 휴게소에 자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옛날이야기일 뿐입니다. 권위적이고 낡은 도공 시스템과 공급자 편리를 우선하는 의사결정은 소비자의 외면을 불렀고, 결국 '휴게소를 브랜드의 무덤'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민자휴게소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도공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어디서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악조건의 시장에,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민자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후발주자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 필수적으로 시장조사를 거칩니다. 기존 사업자의 손익도 들여다보고 면담을 통해 정보도 요청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정보의 결론이 "투자 부적합"을 가리키고 있는데, 도공의 장밋빛 '사업공고'만 보고 막대한 투자를 결정할 민간기업이 더 있을까요?
지금 민자휴게소를 운영하는 회사들도 과거에는 황금알을 낳는 휴게소를 꿈꾸며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휴게소 시장이 급격한 쇠락을 보이는 동안 상생협력의 정신으로 함께해야 할 도공은 민자휴게소를 외면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향후 민자 유치에 가장 큰 리스크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도공은 어떠한 문제 해결 없이 목감휴게소와 대합휴게소에 새로운 민자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그 뿐 아니라 올해 임대휴게소로 전환되는 선산, 서산, 홍성, 대천, 덕유산, 고창고인돌휴게소, 그리고 신축 중인 양평휴게소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민자 유치를 추진 중입니다. 지금 민자휴게소는 위기입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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