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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또 '만리장성' 쌓는 중국, 이유가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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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들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땅값이 비싼 평야지대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와 젊음과 활력과 모험정신을 가져다주었다. 건강한 남자와 여자들, 그리고 밝은 웃음을 터뜨리며 시골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소년소녀들을 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가 1953년에 발표한 동화 <나무를 심은 사람>의 한 장면이다. 사막화되어 황폐해진 땅에 한 그루 한 그루 씩 나무를 묵묵히 심어온 남자의 이야기, 어쩌면 동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위대한 도전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현실판이 멀리 타클라마칸 사막에서도 고비사막 근처에서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을 줄이야... 그들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쩌면 갈수록 거세지는 기후위기와 모래폭풍에 뒤덮여 헛된 꿈으로 끝날 수도 있는, 그럼에도 투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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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공동조림 사업을 통해 변화한 내몽골 지역 조림지구의 모습   사진 출처 : '한-중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 화보집' (국립산림과학원, 2022.11) ⓒ 국립산림과학원

 

  
'녹색 만리장성 프로젝트'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뜻밖에도 봄철만 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와 싸우는 현장에서였다. 영어로는 'Great Green Wall' 프로젝트. 한자어로는 '삼북 보호대 산림 프로그램', 중국의 베이징을 봄철마다 덮치는 황사 발원지 세 곳, 삼북(서북, 화북, 동북) 지역에 숲을 만들어 거대한 장벽처럼 막겠다는 인공조림 프로젝트다.

그 옛날 진나라 때 북측 유목민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만든 '만리장성'처럼 황사를 막기 위해 거대한 방풍림을 심어온 이 프로젝트는 1978년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의 왕립지리학회는 이 프로젝트를 세계 최대 규모의 생태공학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나무들은 고비(Gobi) 사막과 타클라마칸(Taklamakan) 사막에서 불어오는 먼지 폭풍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나무 심기는 1978년에 시작되어 2050년에 완료될 예정으로 나무 벨트는 4500km에 걸쳐 뻗어 있고 1000억 그루의 나무심기를 목표로 하는 세계 최대의 생태 공학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우리나라 임업분야 최고의 사막화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박기형 박사, 중국 임업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온 사막화 임업 전문가이다.


나무를 심어 황사를 막는다 

- 이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중국은 5년마다 5개년 계획이라는 걸 계속 수립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5개년 계획을 할 때마다 임업 분야에서도 같이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천년 대 초반부터 중국에서 사막화 관련 통계 잡아 발표를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중국에서 굉장히 장기적으로 하고 있는 임업분야 5대 프로젝트 중 한 가지가 중국 북경이랑 천진으로 황사가 불어오는 방향에 조림을 해서 황사를 막겠다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중국은 2007년부터 제11차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경진풍사발원지복원사업(京津风沙源治理: 북경-천진 황사발원지 사막화 방지), 삼북방호림(三北防护林), 퇴경환림/환목, 천연림 보호, 초원 조성 및 보호, 수토보전 등 사막화 방지와 관련된 중점 생태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보호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防沙治沙法(방사치사법)>, <森林法(삼림법)>, <草原法(초원법)> 등에 근거하여 목축 금지, 개간 금지, 벌채금지 등 '삼금(三禁)' 제도를 실시하면서 산림과 초지 식생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 오고 있습니다."

- 외신에는 현재까지 660억 그루를 심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제가 알기로는 660억 그루를 넘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680~690억 그루 정도 심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그러면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은 걸까요?

"우선 먼저 말씀드리고 구분을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막'과 '사막화'를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닙니다. '사막'도 하나의 자연입니다. 자연적 원인(기후변화)이나 인위적 원인(과도 방목, 벌채 등)으로 사막화가 되어가거나 사막화 피해를 받는 곳에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대부분 사막화 피해 지역은 건조하고 밤낮 기온차도 크고 바람도 많이 부는 열악한 환경이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적응해서 잘 자랄 수 있는 나무, 소나무(구주적송), 포플러, 비술나무, 사막 버드나무 등을 많이 심고 있습니다. 이 나무들이 자라면서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도 되어주고, 바람 피해가 없는 곳에는 사람과 가축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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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공동조림 지역인 중국 감숙성 백은시에 심겨진 사막대추나무  출처 : '한-중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 화보집' (국립산림과학원, 2022.11) ⓒ 국립산림과학원

 

 


- 일각에서는 너무 단일종 나무만 심어서 오히려 생태 다양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요. 사막화라는 게 모래가 계속 이동하는 거잖아요. 그런 모래를 막고 지표 자체를 고정할 수 있는 거를 우선적으로 하고, 어느 정도 고정된 이후에 생물다양성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논하는 게 맞다고 판단됩니다. 다시 말해, 우선 자연이 어느 정도로 안정화되는 데까지는 그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나무를 먼저 조림을 하고 그 다음에 단계적으로 옮겨심거나 수종을 바꿔가는, 그런 쪽으로 다가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죠."

- 그러면 현재까지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1999년부터 2014년까지 5년마다 보고되는 중국국가임업초원국의 통계자료를 보면, 중국의 사막화 지역 면적은 1999년 중국 국토 면적(960만㎢)의 27.9%에서 2014년 27.2%로 약 0.7% (약 6만 7200㎢, 우리나라 면적의 약 67%) 감소되었습니다. 중국은 2000년 이후 방호림 조성 목적으로 매년 약 370만 그루의 조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 면적인 10만㎢의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또 시진핑 주석 2기가 되면서 원래 '중국 국가임업국'이었던 기관을 '중국 국가 임업초원국'으로 바꿨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산림청같은 조직을) 초지까지 한꺼번에 관리를 할 수 있게, 역할이나 범위 자체가 커지니까 단순히 이제 사막화 대응 뿐 아니라 초지가 퇴화되거나 그를 통해 사막화나 토지 황폐화까지 막는 방향으로 중국이 신경쓰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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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하 유역 쿠부치 사막의 한-중 공동조림지역의 연도별 토지이용변화   출처 : 박기형, 'Case Studies on Korea’s Combating Desertification Cooperation Project in Northeast Asia' (국립산림과학원, 2023.8.26) ⓒ 박기형

 

 


- 끝으로 정말 궁금한 점인데요. 외신에 보면 사막에 수선화를 심는 사진이 나오던데요. 수선화가 물 수에 선녀 선, 물가에 피어나는 꽃 아닌가요? 그걸 사막에 심으면 잘 자랄지 궁금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사막이 있는데 이집트 나일강도 그렇고 중국의 황하나 장자강 양쯔강도 보면 큰 강이 흐르잖아요.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큰 강 주변에 사막이 생긴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여름이나 가을에는 상류에서 흙을 가지고 강을 따라서 이렇게 쭉 내려오다가 겨울이나 봄이 되면 강줄기가 건조해지면서 그 밑에 깔려 있던 모래들이 바람에 날려 육지 쪽으로 오면서 계속 모래가 제공된다는거죠.

그래서 '큰 강 주변에 사막이 많다'는 이론이 있고, 실제로 중국만 하더라도 황하 주변에 쿠부치(Kubuqi) 사막이나 우란부허(Wulanbuhe) 사막같은 그런 사막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란부허 사막만 해도 쿠부치 사막도 마찬가지인데, 그냥 모래에 덮여 있을 뿐이지 땅을 파면 짧게는 1m에서 2m 정도만 파도 물이 쭉 올라오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그리고 중국에서 사지(沙地, Sand land)로 불리는 사막화 지역 역시 과거에는 초원이었던 곳으로 환경이 좋았던 곳이 많습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투쟁

예전에 중국하면 황사, 황사하면 중국이었다. 대학시절 베이징 어학연수를 다녀온 OBS 윤종화 기자의 경우도 베이징에서는 황사철에 모래가 입에 씹힐 정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데 상전벽해, 사막 주변에 나무를 심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황사에 대한 고정관념은 바뀌고 있다.

지난 2019년 미항공우주국 나사는 중국의 공격적인 산림녹화와 인도의 식량작물 재배가 전 세계 녹지 면적 소폭 증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막화와 산림파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녹지 면적이 소폭 증가한 데에는 이들 나라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말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모래 폭풍 빈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일례로 1985년 발생빈도 수준에 비해 1999년의 경우 81.7% 감소했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기도 했다(그러나 국제 학계에서는 방대한 지역에 대한 여러 변수를 고려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2023년에는 녹색 만리장성 프로젝트가 중국 전체의 산업 분야 탄소 배출량의 약 5%를 흡수한다는 중국 과학원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황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황사의 빈도수는 줄어들지만 강도가 세져 모래 폭풍이 방풍림을 뛰어넘어 불어닥친다는 관측도 나온다. 갈수록 강수량이 적어지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이미 물 공급이 부족한데 대규모로 나무를 심으면 지하수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녹색 만리장성 프로젝트는 UN의 사막화 방지 노력과 맞물리며 이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갈수록 거세지는 기후위기 모래바람에 맞서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투쟁,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또 한 가지 계속 주시해 봐야 할 소중한 희망이다.

[참고 자료]
- 'China's Great Green Wall' (Royal Geographical Society, 2015.1)
- Cai Xuejiao, 'China, India Leading in Earth's Greening, Says NASA' (Sixth tone, 2019.2.12)
- Zhang Nannan, 'China's 'Great Green Wall' boosts carbon sink, study finds'(Science X, Phis.org, 2023.10.20)
- Dannie Peng, 'Should China stop blaming Mongolia for severe dust storms? A study suggests yes' (South China Morning Post, 2024.2.4)
- Khaliun Bayartsogt, Emily Feng, 'Buried Alive In Mongolia's Worst Sandstorms In A Decade' (NPR, 2021.5.30)
- Xia Zhijian, 'China and Mongolia team up to fight sandstorms' (China Dialogue, 2023.7.18)
- '한-중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 화보집' (국립산림과학원, 2022.11)
- 박기형, 'Case Studies on Korea's Combating Desertification Cooperation Project in Northeast Asia' (국립산림과학원, 2023.8.26)

덧붙이는 글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 방송으로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을 통해서도 시청,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