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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e & Best Company

한국 IT 기술로 만든 K-동전 파스, 美 히트 치고 한국 역진출새창으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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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레이저 활용한 통증 케어 제품 이아소(IASO), 의료기기 허가 획득으로 치료 효과 입증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윌스케어 이성원 대표. /더비비드

 

 

재활 의료 기기 산업은 수많은 운동선수와 함께 성장했다. 전문 운동선수를 위해 개발된 의료 기술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정형외과나 한의원, 일반 운동시설 등에서도 재활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재활 의료 기기를 아예 집으로 가져온 스타트업이 있다.

 

스타트업 웰스케어(Wells care)는 한 손에 쥘 수 있는 조약돌 크기의 웨어러블 의료기기 이아소(IASO)를 개발했다. 미국 아마존과 미국 대표 오프라인 매장 베스트바이에 입점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아마존 유니크파인스 카테고리 1위 제품으로 선정돼 홈페이지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유니크파인스는 아마존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독보적 제품을 소개하는 카테고리다. 웰스케어의 이성원 대표(45)를 만났다.

 

 

◇다섯 번 이직 끝에 만난 멘토

이아소 시연하는 장면. '이아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치유의 여신 이름을 빌렸다. /이성원 대표 제공

 

 

웰스케어 ‘이아소’의 또 다른 이름은 ‘레이저 동전 파스’다. 레이저 의료기기인데 동전파스처럼 몸 곳곳에 붙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손목시계처럼 밴드를 착용하거나 이아소에 패치를 부착한 후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저출력의 ‘콜드 레이저(Cold Laser)’ 기술을 활용했다. 조약돌 크기 기기에 작은 레이저 광원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콜드레이저는 세포 재생 능력이 뛰어나 미국에선 통증 완화 목적으로 널리 쓰인다. LG 프라엘 등 얼굴이나 두피 재생을 돕는 마스크 기기에도 활용되고 있다.

 

작동시킨 상태에서 업무를 하거나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용 크래들에 보관하며 충전한다. 이아소는 미국 아마존에서 먼저 히트를 치고 국내에 역진출했다. 한국 의료기기 최초로 베스트바이(Bestbuy)에도 입점했다. 베스트바이는 북미 지역 매장 수만 1200여 개가 넘는 미국 최대 소매업체다.

 

 

대학 재학시절 락밴드 '편두통'에서 키보드와 건반을 맡았다. /이성원 대표 제공

 

 

이성원 대표는 2004년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4학년 재학 중 이미 취업이 결정됐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반도체 장비회사 STI에서 기구나 공정을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 3년 만에 다시 펜을 들었다. “기술이 있어도 특허 취득 여부에 따라 사업 방향이 크게 달라지더군요. 변리사의 꿈을 안고 사표를 썼죠.”

 

변리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특허법인 화우, 고려에서 사무직으로 5년간 근무했다. “공대 출신에 사무직 경력이라고 하면 물경력 아닐까 하실 텐데요. 이 경력을 살려 반도체 소재산업계의 1등 기업 솔브레인의 신사업기획팀에 입사했습니다. 2년 동안 특허, M&A, 신사업 기획 등의 계약을 검토하는 일을 했죠.”

 

 

2016년 KIMES에 출품한 의료기기 쉬라인(sheline) 3종 시리즈 전시사진. /이성원 대표 제공

 

 

의료기기 산업에 발을 들인 것은 2012년 12월 하이로닉으로 이직하면서부터다. 기획팀에서 사업과 제품 기획, R&D, 영업, 마케팅까지 책임지는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했다. 직접 기획한 제품을 아시아 최대 의료기기 박람회(KIMES)에 출품하기도 했다.

 

이 대표에게 창업 바람을 넣은 사람은 하이로닉에 기술고문으로 와 있던 메디슨 창업주 故 이민화 교수다. “만날 때마다 창업을 얘기하셨어요. 제품의 전 주기를 책임지고 추진해봤다는 점을 눈여겨보셨던 것 같습니다. 첨엔 사업이 저와 관련 없는 일이려니 했는데, 옆에서 응원해주시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년간 조언을 받으며 창업을 준비하기로 결심했죠.”

 

창업자금은 스톡옵션 덕에 무난히 마련했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직원에게 자기 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이로닉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저에게 떨어진 자금은 1억 5000만원이었는데요. 그 중 1억원을 투자해 웰스케어를 세웠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집’에 있었다

2018년 제 19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 참가한 웰스케어. /이성원 대표 제공

 

 

2016년 6월 1일. 웰스케어의 생일이다. “웰스케어는 웰빙, 웰니스, 헬스케어, 셀프 케어의 합성어입니다. 현대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셀프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결심을 담았죠.”

 

시작부터 북미를 타깃으로 삼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죠. 미국은 환자가 병원까지 가려면 평균 40㎞를 이동해야 합니다. 비용도 높은 데다 의사를 만나기까지 평균 3~5주가 걸리고요. 가정용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를 농구광이라 부르는 이 대표. 사무실 한 켠에는 농구공이 놓여있다. /이성원 대표 제공, 더비비드

 

 

저출력 레이저 치료기술(Low Level Laser Therapy)을 적용한 홈케어 디바이스 개발에 착수했다. “LLLT는 콜드 레이저(Cold Laser)라고도 불리는데요. 특정 세포나 모근을 파괴하는 일반 레이저(Hot Laser)와 달리 세포 재생 능력이 뛰어나 미국 클리닉에서 통증 완화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대기업에서 내놓은 헬멧 형태의 가정용 탈모 치료기기도 콜드 레이저 기술을 이용했죠.”

 

과거 의료기기 박람회(KIMES)에 콜드 레이저 기술을 적용한 병원용 의료 장비를 선보인 경험을 떠올렸다. “제가 농구를 좋아하는데요. 농구를 하다가 다친 부위에 당시 개발했던 기기의 프로토타입을 사용해봤더니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대형 병원 장비에서 벗어나 집에서도 쓸 수 있는 정도로 축소시키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이아소 초기 버전. 크래들 디자인 변경을 요청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이성원 대표 제공

 

 

아내가 손목에 동전 파스를 붙이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히딩크의 동전파스가 불티나게 팔리던 때였어요. 동전 파스처럼 여러 개를 붙이거나 착용할 수 있도록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에서 셀프 치료를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이아소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돈이 발목을 잡았다. “온갖 대출을 받아 가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집 담보 대출 5000만원이었어요. 2019년 2월 직원 5명에게 월급을 주고 나니 그마저도 제로(0)가 됐죠.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때에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9억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 투자금으로 그해 11월 미국 아마존에 이아소를 론칭할 수 있었어요. 기적 같았습니다.”

 

이아소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 받아 2020년 아마존의 런치패드로 2번 연속 선정됐다. 런치패드로 선정되면 아마존에서 1년 동안 제품 홍보, 판매, 배송과 관련한 집중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이성원 대표 제공

 

 

제품 안정화를 위해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하이로닉 재직 당시에 함께 근무했던 프로젝트리더(PL)를 연구소장으로 모셨습니다. 모셨다는 표현이 진짜예요. 백고초려했거든요. 연구 개발 단계에서 불량률을 0에 가깝게 만드는 일에는 소장님만 한 사람을 못 봤습니다.”

 

이아소는 기기 개수에 따라 싱글(1개), 더블(2개, 쿼드(4개) 패키지로 판매한다. 가격은 각각 18만9000원, 27만9000원, 44만9000원이다. 기존 제품은 특정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허리용 제품을 사서 무릎에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이아소는 통증이 있는 모든 부위에 사용이 가능하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