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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삿짐센터 접수한 몽골인들, 뱃일은 인도네시아인, 중고차 거래는 러시아·중앙아시아계, 농부는 베트남인

글로벌이노베이션비즈니스센터, MKBC 2023. 11.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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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250만 시대
(5) 출신 국가별 직업 살펴보니

베트남 농부·인니 선원…"이들 없으면 농어촌 마비"

먼저 한국 온 지인들로부터
SNS 통해 일자리 정보 얻어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국내 곳곳의 뿌리산업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서울 이태원을 능가하는 다국적 거리가 된 경기 화성 발안만세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화성=임대철 기자‘
 

 

이삿짐은 몽골인, 뱃일은 인도네시아인, 중고차 거래는 러시아·중앙아시아계.’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같은 지역 출신 외국인들이 국내 특정 업종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몰리는 클러스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 교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먼저 한국에 정착한 이들이 고국의 친척이나 지인들을 불러들이면서 나름의 질서를 이루고 세를 불려가는 식이다.
 
 
5일 각 업계에 따르면 산업별로 외국인 근로자의 주된 출신국이 달라지는 현상이 최근 점차 또렷해지고 있다. 예컨대 근해어업은 인도네시아 사람 없이는 운영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의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선원 수는 작년 말 1만1985명으로 필리핀인(6357명), 미얀마인(4719명) 등을 압도했다. 과거에는 중국인과 베트남인이 이런 뱃일을 주로 했는데, 최근 10여 년 사이 꾸준히 섬나라인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유입된 결과다.

이삿짐센터에선 몽골 사람이 흔하다. 전국 이사업계 종사자 5명 중 1명가량이 외국인인데 대부분이 몽골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한국인이나 한국어 능숙자가 한 명만 있으면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문제가 없고 상대적으로 젊어 이용자들도 반긴다. 몽골 청년들이 한국에 처음 정착할 때 목돈을 모으는 아르바이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중고차 시장에선 러시아와 중앙아시아계 외국인들이 중개와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문형진 동덕여대 글로벌다문화학전공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에 먼저 정착한 동포 집단을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 특정 업종에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중고차 수출업체는 중앙아시아 출신들 많아
우즈베크人은 조선소서 인기

지난 4일 전남 여수 국동항. 어선 세 척에서 스물네 명이 내렸다. 한국인 선장 등을 빼고 스무 명 남짓한 이들 중 외국인은 16명.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인이 14명이었다. 72t급 안강망 어선인 태성호 선주 박희동 씨(76)는 “선장을 빼고 선원 다섯 명이 모두 인도네시아인”이라며 “인도네시아인 선원이 없으면 근해어업은 멈출 판”이라고 했다.

어업에 익숙한 인도네시아인들

5일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차 수출을 검색한 결과. 러시아어권 키릴 문자로 차량을 소개하는 중고차 판매상의 페이지가 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외국인 근로자가 먼저 한국에 정착한 동포와 정보를 교류해 특정 지역, 특정 업종으로 향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이 늘어난 것 자체는 1990년대 이후 꾸준한 현상이지만 이들의 국적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엔 중국동포 유입이 많았고 이후 중국인으로 대체됐다. 2010년대에는 베트남인이 급격히 늘었다가 최근엔 인도네시아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 전역이 섬인 인도네시아는 선원을 길러내는 학교가 20여 곳에 이르는 세계적 선원 수출국이다. 한국에서 뱃일을 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정보가 온라인 등에서 구체적으로 공유되면서 인도네시아 뱃사람들이 꾸준히 한국행을 택하는 특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인도네시아인 선원 하빕(27)은 “힘들긴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받는 것보다 기본급(약 200만원)이 두 배쯤 되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어선 기관장 정모씨는 “인도네시아인은 뱃일에 익숙해 한 선박에서 비교적 오래 일하는 편”이라며 “고기가 잘 잡히면 월 400만~500만원씩 버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삿짐 나르는 몽골인들

국내 이사업계는 몽골인의 영향력이 큰 영역이다. 유철상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기획부장은 “전국 이사업계 종사자 4만5000명 가운데 15~20%는 외국인인데, 대부분이 몽골인”이라고 설명했다.
 
 
몽골 사람은 대개 한국 생활 1년여면 한국어를 꽤 할 수 있다. 몽골인 이사 노동자의 하루 일당은 보통 때는 15만~16만원, 봄·가을 성수기엔 20만~21만원으로 올라간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이들은 내국인 4~5명이 할 일을 2~3명이 끝내기 때문에 일당을 3만~4만원 더 받기도 한다.

울란바토르 출신 멘데(35)는 “몽골에선 대졸자가 월 100만원을 벌면 아주 잘 버는 것인데, 한국에선 대학 졸업장 없이 하루에 15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몽골 이사치드’(이삿짐 나르는 몽골인들)의 회원은 3200명이 넘는다.
 

부평엔 중앙아시아 중고차업체 즐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러시아·중앙아시아계는 인천항과 부평 중고차단지를 중심으로 중고차업에 다수 종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는 넓은 면적에 비해 신차 공장이 적어 자연스레 중고차와 차량 부품 거래업이 발달했는데, 부평단지와 인천항 등에 30여 개 현지 수출업체가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신차 수출을 제재하면서 중고차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으로 수출된 중고차는 2021년 월평균 373대에서 지난해 1939대로 다섯 배 가까이로 뛰었다. 같은 기간 러시아로 수출된 중고차도 월평균 197대에서 1636대로 여덟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고차업체 마나스트레이딩의 우르마트 대표(카자흐스탄)는 “카자흐스탄에서 바로 차를 사는 것보다 한국에서 수입해 타는 게 3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지 무역상사가 SNS로 고객을 모으면 한국 측 중개인이 차량 검수와 발송을 하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인스타그램에 러시아어로 ‘한국 중고차’ 등을 검색하면 홍보 페이지 수십 개가 뜬다.

이 밖에 농업이 익숙한 베트남 남성들은 농촌에서, 손재주가 뛰어난 태국인 여성은 화장품 제조 등 경공업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인은 조선소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한국경제)